세 잔의 차 - 그레그 모텐슨.데이비드 올리비에 렐린 지음, 권영주 옮김/이레 |
이슬람, 혹은 무슬림이란 단어는 금방 테러라는 단어와 연관된다. 9.11 이후 이런 현상은 우리 마음 내부에서부터 일어나 괜한 공포와 두려움을 가져다 준다. 원리주의자와 테러라는 '극단'의 모습 속에 숨겨진 내면은 그러나 상처와 고통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내 상상된 것은 AK-47 혹은 유탄발사기로 무장한 이슬람 군사들이 아니라 관용없는 태양 빛과 쉬지 않는 모래 바람 속에 공부하는 어린 아이들이었다.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이야기였지만, 심지어 탈레반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머릿속에는 아이들이 떠나지 않았다. 그만큼 책의 주인공 모텐슨은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고 아이들이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에 몰입했던 것이다.
K2 정복에 실패한 다음 죽을 고비를 맞이했을 때, 모텐슨은 자신을 도왔던 현지 지혜자의 바램을 자신의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무수히 많은 학교를 세워간다. 이 과정 하나하나에 이슬람의 미래가 바뀔 것을 믿으며... 테러와의 전쟁만이 테러를 끝내게 해 줄 것이라는 생각처럼 쉽지만 바보스러운 생각도 없다. 이미 10억의 이슬람 사회는 '반미' '반기독교'로 똘똘 뭉쳐있다. 그리고 이슬람에 관한 왜곡된 신화는 반복 재생산되어가고 있다. 결국 얼굴없는 괴물로 모두에게 스산한 공포를 던져주고 있다.
이 책은 이 괴물의 고통스러운 내부로 우리를 인도한다. 탈레반과 이슬람 원리주의 아래 왜곡당하는 그들의 삶으로부터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특히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면 누구나 만나게 되는 마음 아픈 그 모습을 보여준다. 괴물의 얼굴을 알아갈수록 그 땅은 연민과 긍휼의 땅이지, 결코 폭탄을 퍼부어 무너뜨려야 할 땅이 아님을 깨닫는다. 책 제목이 제시하는 것처럼, 그들과 세번째의 찻잔을 기울인다면 누구라도 가족으로 초대받을 수 있다. 이미 모텐슨이란 미국인이 해낸 그 자리는 누구든 가능하다. 따뜻한 마음만 있다면... |
http://kamadeva.tistory.com2009-05-01T00:33:330.3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