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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

우울증에 걸린 지는 수 년이 되었습니다.
중간에 자살 충동이 몇 번 있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고 정신력이 약하다고만 생각하고 지내다가 
근래에 감정 조절이 너무 안되고 진짜 자살 시도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정신과에 다니고 약을 먹게 된 지는 3개월 정도 되네요.

남편에게 우울증인 것 같다, 힘들다는 이야기는 그 동안 여러 차례 했었는데
남편도 '우울증은 정신적으로 한가한 사람이나 걸리는 거다.', '정신력으로 이겨내고 운동하고 일 하면 다 사라진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 제 고통을 전혀 공감하지 못했고 저도 그래서 그게 치료를 미루는 원인이 되었던 거 같기도 합니다.

제가 요즘 너무 자주 짜증을 내고 한번 화가 나면 좀처럼 감정이 조절이 안되어서 남편에게도 쏟아붓는 일이 생기자 남편도 슬슬 제가 진짜 우울증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는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렇다고 남편이 제 치료에 큰 관심을 갖거나 한 건 아니었습니다. 

정신과에 다니면서 두어 달 약을 먹고 감정 조절이 조금 되다 보니 마음이 한결 편해진 것 같기도 해서 
남편에게 '나 병원 다닌 후에 어떻게 달라진 거 같아?' 라고 물었더니
남편 왈 '응, 요즘 나한테 짜증을 안내니까 너무 편해' 라고 대답하더군요.
전 그 대답이 남편을 한 마디로 압축해서 표현한 역시 그 사람 다운 대답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편은 보수적인 집안의 큰 아들로 무뚝뚝한 사람입니다.
결혼 기간 동안 말할 수는 없지만 큰 사고를 여러 번 쳐서 제가 맘 고생을 많이 했지만 참고 잘 이겨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지난 10 여 년의 결혼 기간 동안 정말 후회 없이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게 우울증으로 오더군요. 겉으로는 멀쩡한데 속이 곪아 문드러진 거죠.
사는 것이 너무 지겹고 괴롭고 그냥 죽으면 편하겠다 는 생각이  자주 들지만 사랑하는 아이들이 받을 충격이 너무 미안해서
하루하루 견디며 삽니다. 

요즘 우울증 약 먹고는 좀 괜찮아져서 웃으면서 활발하게 지냅니다. 아이들 하고도 잘 놀아주고요.
남편은 제가 웃고 있으니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제가 최근 두 달 사이에 체중이 9kg이 빠졌습니다. 식욕이 아예 사라졌거든요.
오랜만에 만난 친정 엄마가 어디 아픈 거 아니냐 걱정을 하시더군요. 병원 가보라고...(제가 우울증 약 먹는 건 모르세요)
그런데 같이 사는 남편은 아무 말도 없어요. 어디 아프냐? 정신과 약 먹는 거 괜찮냐? 이런 질문 자체도 없습니다.
병원에 같이 간 적도 단 한번도 없어요.

어제 남편이랑 다퉜습니다.
집 바로 근처에 있는 시댁에 아이들을 맡겼는데 제가 퇴근 후 남편에게 아이들 데리고 오라고 했더니
요즘 제가 시댁에 자주 안 간다고 (전에는 매일 저녁 퇴근 후 시댁 갔습니다), 시댁 좀 자주 가라고 하더군요.
갑자기 확 짜증이 났습니다. 아이들 케어, 기존 일, 새로 시작하는 제 사업, 얼마 전 명절(저희 집에서 설, 추석, 제사 등을 합니다, 저 설 명절 연휴 다음 날도 출근해서 일했어요.)음식, 청소 다 제가 합니다. 근데 남편은 그런 제가 아직도 부족해 보이나 봅니다.

제가 너무 힘들다고 소리를 질렀어요. 
식욕도 전혀 없는데 퇴근 후 시댁 가서 억지로 저녁 먹고 설거지 하고 오는 거 솔직히 너무 힘들어요.
남편은 우리 엄마가 밥도 차려주는데 네가 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도리어 화를 내더군요.
평소엔 제가 고분고분했는데 제가  감정 조절이 안되니까 저도 남편에게 악다구니를 썼습니다.
나한테 대리 효도 요구하지 말라고. 그랬더니 남편이 열이 받았는지 씩씩거리며 집을 나가버리더군요.

오늘 남편에게 나 우울증 환자인 거 알고는 있냐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남편이 어차피 너도 힘들고 니가 그렇게 나한테 짜증 내고 그러면 나도 힘드니까 이혼 하재요.
역시 내 남편 답다 싶었습니다.   

제가 몇 년 전부터 저 우울증이니 관련 책이나 블로그 글이라도 한번 읽어보라고 사정 사정을 했어요.
우울증 치료에는 약도 중요하지만 가족들의 도움도 필요하다고 해서.
근데 남편은 아직까지 단 한 번도 관련 내용을 찾아본 적이 없어요. 
제가 감정 조절이 안 되서 짜증을 내면 도리어 더 화를 내면서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어서 결국 제가 약을 두 배로 먹고 남편에게 화해를 청합니다.

남편이 이혼하자고 하니 저는 오히려 마음이 편합니다.
남편으로 인해 제 앞으로 생긴 대출 빚만 갚아 달라고 했어요.
아이들에게는 너무 미안하지만 안 그러면 제가 정말 죽을 거 같아요. 
당연히 아이들 양육권은 제가 가져올 겁니다.

아내의 우울증을 걱정하는 남편 분의 글을 보니 제 상황과 극명하게 대비가 되네요.
죄송스럽지만, 한 편으로는 그 아내 분이 부럽기도 합니다.
그 아내 분의 우울증이 완쾌되기를 기원합니다.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8615125?type=recomm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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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례에서 결정적인 문제는 남편분이 우울증에 대한 몰이해입니다. 

우울증은 단지 마음이 조금 힘든 정도가 아닙니다. 

마음이 우울한 것과 우울증을 앓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우울증을 다른 질병과 비교한다면 암 3~4기 정도에 해당됩니다. 

누구든지 암 3~4기 정도라면 적극적인 치료를 고민할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합니다. 

분위기를 전환하면 해결되는 것으로, 

본인이 조금만 마음을 굳게 먹으면 금방 고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절대 그렇지 않아요.

우울증은 심각한 질병입니다. 

또한 미성년자들의 우울증이 심각합니다.

부모는 아이가 사춘기라고만 생각하는데,

실제 아이들은 자해를 하거나, 죽음의 문제를 고민합니다. 

우울증은 정신적인 감기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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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며사랑하며꿈꾸며/펌글 및 예화  |  2024. 3. 2.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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