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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몰트만 지음, 김균진 옮김 / 대한기독교서회 / 1992년 11월

교회와 신앙의 성령을 거부하고, 온 우주와 모든 피조물의 성령임을, 그리고 모든 것을 생명으로 인도하는 성령에 대한 몰트만의 신앙과 입장을 상세히 논술한 책이다. 

몰트만은 책의 입문 부분에서 성령을 단지 ‘구원의 영’으로 파악하며, 그 장소는 교회이며, 이 성령은 인간에게 영혼의 영원한 축복을 확신시킨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면서 마음속의 믿음과 사랑의 사귐 속에서 이루어지는 생동시키는 영의 경험은 자연히 교회의 한계를 넘어서 성령을 자연 속에서, 식물 속에서, 동물 속에서, 땅의 생태계 속에서 재발견하도록 한다고 설명한다. 성령의 사귐의 경험은 필연적으로 기독교를 넘어서서 하나님의 모든 피조물들의 보다 더 큰 사귐으로 인도한다고 한다. 이러한 성령님의 우주적 넓이에 대한 사고는 지금까지 교회의 영으로만 국한되어 왔던 생각과 부딪히기 때문에 거부감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 

또한 몰트만의 해방신학에 대한 입장도 쉽게 기존 교회가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라고 생각된다. 몰트만은 라틴 아메리카의 해방신학이 성서의 전승들이 제시하는 하나님 신앙과 자유의 의지를 결합하고자 하는 최초의 설득력 있는 시도라고 본다. 따라서 종교와 보수적 정치의 동맹이 주장하는 환상들과 가치와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몰트만에게 있어 하나님이냐 자유냐 하는 논쟁에 가장 중요한 지점은 이스라엘의 엑소더스 전승과 그리스도의 부활의 전승이 교회의 중심에 서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이다. 구라파에서 미국의 제도화된 교회와 평화 운동, 라틴 아메리카에서 제도교회와 민중교회의 갈등은 하나님과 자유 중에 하나를 택일하라는 근대적 사고의 한계라는 것이다. 이것은 성서적으로 극복되어져야 한다. 몰트만의 주장에 많은 공감을 느끼면서도 몰트만(뿐만 아니라 바르트 등의 신정통주의자까지도)의 고민을 종교 다원주의를 인정하는 사고 내지는 기존 교회와의 불화를 만들어내는 신학사상으로 폄훼하는 데에는 수긍이 안 간다. 

몰트만은 입문에서 에큐메니칼 운동은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사건인데, 다른 교파들을 적대자나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고 교파의 한계를 넘어서며 이 한계를 개방하는 것은 “성령의 사귐”으로 가능한 일이었다(17p)고 설명한다. 우리에게서 혹은 서로에게 적대적이기까지 한 오순절 교단과 정교회가 에큐메니칼 교회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이 시대의 가장 절실한 문제이다. 루터 교회와 가톨릭이 칭의와 구원에 관한 교리 논쟁을 다시 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성령님의 사귀게 하시는 힘으로 가능한 일이리라. 필리오케에 관한 논쟁을 살펴보면서 그것의 의미와 또한 제한점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 바울과 요한의 그리스도론적 성령론이 주도적인 힘을 발휘한 결과이며, 공관복음서의 영 그리스도론의 진리가 이제는 합해져야 할 것이라는 점도 분명해졌다. 

몰트만은 기독교적 삶(vita christiana)은 언제나 그 시대와 관련되어 있으며 콘텍스트적이라고 말한다. 구원의 증언으로서 기독교적 증언은 ‘치료하면서’ 주어진 사회의 병들과 관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구원자”에 대해 말할 수 있겠는가? 종교 개혁은 중세사회의 공적 병들에 대하여 작용했으며, 인격적 성화에 대한 감리교회의 증언은 영국의 초기 산업사회의 병들에 대하여 치료적이었다. 그렇다면, ‘후기 산업사회’로 이행하고 있는 지금, 이 과도기 속에서 ‘기독교적 삶’은 어떤 형태를 취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이 책 내내 몰트만은 생명의 영이 어떻게 우리와 관계하고 계시며, 어떻게 죽음과 파괴를 거부하시고 생명을 주시는지, 생동감을 주시는지를 설명한다. 또한 그러한 생명력은 단지 인간의 영적 구원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현재 그리스도인들이 살아가고 있는 콘텍스트, 온 피조물들이 신음하고 있는 현재 속에 주어진다. 교회와 신앙의 성령이 아니라 온 피조물의 성령님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 죽음을 거부하고 우리를 생명으로 인도하는 성령님의 생동감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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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行間의 어울림/神學과 信仰  |  2008. 9. 17.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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