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검색


728x90
오강남 지음 / 현암사 / 2001년 5월

애증이 느껴진다. 한국 교회의 철없는 믿음을 보고 있노라면 그의 지적들이 제발 허공에 맴돌다 그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고, 그의 학문적 방법과 내용을 본다면 철저하기는커녕 상업적 냄새 때문에 코를 다 막아야 할 판이다.

두 달여 동안 이 책을 읽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진짜 예수는 없더나? 하는 핀잔도 들어가며 읽어 냈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받았던 느낌은 단순했다. 이 책 역시 우리 교회의 현실을 꼬집고, 한국 교회 현실에 예수는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예전의 오덕호 교수의 '교회의 주인은 사람이 아니다'류의 한국 교회 비판서라고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예수는 없다'는 분명하게 종교 다원주의 입장에 서있다. 예수만이 참된 길이 아니라 다른 종교들 역시 구원과 진리에 이르는 다른 길임을 인정한다. 그러면서 한국 교회의 배타적이고 비상식적인 신앙과 신학에 대해 비판하기 위해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한국 교회가 귀 담아 들어야 할 부분이라면, 시대가 변화하는만큼 신앙의 내용과 방식도 변해야 한다는 점이다. 오강남 박사는 글로즈토드랜크 목사가 쓴 『기독교의 변혁』에서 변해야 할 10가지 패러다임을 소개한다.

1) 배타주의에서 다원주의로 
2) 상하구조에서 평등구조로 
3) 저 위에 계신 하나님에서 내 안에 계시는 하나님으로 
4) 교리 중심주의에서 깨달음 중심주의로 
5) 죄 강조에서 사랑 강조로 
6) 육체 부정에서 육체 긍정으로 
7) 현실 야합에서 예언자적 자세로 
8) 종말론에서 환경론으로 
9) 분열에서 연합으로 
10) 예수님에 관한 종교에서 예수님의 종교로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장하는 것은 지극히 타당하고 한국교회에 꼭 필요한 일들이다. 그러나 그 뒤의 성경관과 신관, 예수에 대한 생각들에 있어서는 차라리 『기독교의 변혁』이라는 책을 번역만 하고 패러다임의 변화만을 소개했으면 하는 안타까움을 갖게 한다. 

오강남 박사가 지적한 성경관은 19-20세기의 서구 사회에서 성경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는 성경이 환경과 문화 속에서 고백되어진 신앙고백서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도 자신은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알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부족신관은 그 당시의 문화를 포함한다. 지금의 눈으로 읽는다면 부족신은 그르다. 하지만 그 당시의 눈으로 본다면 옳다. 우리가 얻을 것은 부족신관 자체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그것이 그 당시에 어떤 의미였는지, 그리고 그것은 지금 어떤 의미인지를 찾는 일이다. 현대인의 눈으로, 종교비교학자의 눈으로 볼 때, 성경은 구시대적인 생각들을 담고 있는 신앙고백서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그가 책 제목으로 내세운 '예수는 없다'는 역사적 예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그러나 의도와는 달리 4장 예수는 없다에는 항간의 떠도는 유언비어만이 적시되어 있었다. 동정녀 탄생의 신학적 배경을 찾는 것은 매우 합당한 일이었지만, 성경이 누누이 강조하는 성령에 의한 잉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하지 않는다. 기독교가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예수의 죽음과 부활에 대해서 역시 그는 침묵한다. 역사적 예수를 찾기 위해서는 그는 좀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7-80여쪽 분량에 예수님의 성생활이 어떠했을 것이라는 유언비어만을 담아 놓고 버젓이 예수는 없다는 표제를 붙인 것은 대단한 상업주의이다.

애증..답답한 한국교회의 현실과 신앙을 꼬집고 제 자리로 돌아오게 할 많은 예언자적 목소리를 듣고 싶다. 그러나 이 책처럼은 아니길 바란다. 좀더 진지하고 따뜻한 눈빛으로 한국교회의 미래를 그려줄 사람이 그립다.
728x90

'行間의 어울림 > 神學과 信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뒤집어 읽는 신약성서  (0) 2008.09.17
요나와 피노키오  (0) 2008.09.17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0) 2008.09.17
생명의 영  (0) 2008.09.17
나를 찾아 떠나는 17일간의 여행  (0) 2008.09.17
      行間의 어울림/神學과 信仰  |  2008. 9. 17. 20:37



Late spring's Blog is powered by Daum